*** 세상에 왔으나 배꼽 아래 작은 둔덕 검은 숲 지나 신성스런 연못 아버지가 비밀스럽게 내놓은 물길 따라 헤엄쳐 세상에 나왔다 세상에 빛이 너무 강해서 눈 꼭 감고 두 주먹에 오복을 불끈 쥐고 천지 신들에게 내가 왔소 하고 울음소리 내뱉었다 세상에 신들이 갓은 축복을 다 주었는데 첫 젖 먹으며 젖꼭지 놓칠세라 복을 하나 잃어버리고 첫 옹아리 배우면서 복을 하나 더 잃어버리고 업어지며 기어 다닐 때 첫걸음 배우면서 음마 음마 엄마 입 모양 새 보고 말 배우다 복을 놓치고 간신이 고생복 하나 쥐고 하늘 높고 넓은 땅에서 살아가려니 힘드네 세상에 왔으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에게 총질하는 놈 있으니 세상 참 살기 만만치 안 하네 부모님이 귀하게 지어 주신 이름석자 중에 첫 획도 알리지 못하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