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22/11 34

향수

*** 향수(鄕愁) 정지용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---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---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. ---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---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.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..

너에게 2022.11.22

작은새

*** 작은 새여 엄마를 못 찾았니 형제들하고도 헤여 젔니 태어나여 처음 맞이하는 겨울 엄마에게서 겨울나는 법을 못 배워서 추위와 배고픔을 보내는 법도 모르는 체 처음 겪는 겨울 한파가 몇십 년 만에 혹독하게 춥게 왔는데 긴긴 겨울밤 엄마와 형제가 찾아와 함게 하면 좋겠다 작은 어린 새여 저녁은 어디서 찾아먹고 이 밤은 어디서 잘거니 얼어 죽지 말고 살아야 한다 꽃피는 봄날까지 견디거라 작은 새여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엄동설한에 얼어 죽지 말고 살아야 한다 기도밖에 해줄 것이 없어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작은 새여 얼어 죽지 말고 살거라 꽃피는 봄날 너를 위한 새날 이기에 새날이기에 오늘도 명품 마음입니다 ***

너에게 2022.11.17

국화 옆에서

*** 국화 옆에서 / 서정주​ ​ ​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​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​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​ ​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밤새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***

너에게 2022.11.15